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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퇴근길의 한강대교

객기를 부려 고향을 떠났다.

대학에서 4년, 군대 2년, 회사에서 1년.. 7년이라는 시간은 부지런히 정신없이 흘러갔고 어느 날 돌이켜보니 20대의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외로운 마음을 한 켠에 가지고 있던 것 같다. 

고향을 떠난 시간 동안 가족 생각이 많이 났고, 오손도손 웃고 떠들며 밥을 먹는 우리 가족의 모습이 그리웠다.


김포공항에서 학교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은박지에 하나하나 싸주었던 엄마의 주먹밥을 먹으면서,

한 입 먹을 때마다 없어져가는 게 어찌나 안타깝던지.


취직을 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나에게 삶은 더 각박해져 갔고,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무표정한 냄새가 났고,

퇴근길 한강의 야경을 보며 알 수 없이 아련한 마음이 되어갈 때,

나에게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은 상쾌했다. 상쾌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매일 아침마다 고난을 극복하려고 힘을 내는 희망 찬 젊은 청년의 다짐들은

하루 끝 무렵에는 일상의 냉기에 얼어가고 무너져 내렸다.


1년 여를 지낸 나의 고시원방 한 칸.

한참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하고 정신없이 어느 순간 주말도 저녁도 없이 일하고 있었다.

잦은 출장과 야근, 반납된 개인생활, 나에게 주어진 조그마한 고시원의 네모 한 칸이 나를 감상적이게 만들었다. 엑셀 차트를 나눠 놓듯, 27만 원짜리 네모, 30만 원짜리 네모, 45만 원짜리 네모 안에서 다들 아등바등 살고 있었다.


어느 날엔가 서울에서 출장으로 차를 몰고 지방을 오가면서 보게 된 첩첩산중으로 보이는 산새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평지와 얕은 오름, 바다가 풍경인 제주에서 자란 나에게는 너무나 낯선 광경이었다.


국토의 70%가 산이라던, 외국인들이 한국의 산새를 보러 온다던

언젠가 교과서와 잡지에서 읽었던 와 닿지 않던 의심스럽던 풍경들이

한마디 설명 없이 무심하게 눈앞에 아득히 펼쳐져 있었다.


내 마음이 여유로워, 저 무심한 산새에 파묻혀서 무심히 하늘을 쳐다보고 싶다.

3시까지 전주의 거래처 팀장님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저 산들의 어깨를 감싸고 돌아서 빠져나가는 구름의 생겨나고 사라짐을 보고 싶다.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면서 무조건 납기일에 맞추어야 한다.


두 명의 나는 등을 지고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내가 하려던 일일까?

내가 하고 싶은 건 이런 거였을까?

이게 내가 원하는 나의 삶의 모습이 일까?

대답은 모두 '아니오'였다.


조금 덜 벌어도, 아니 당장 이런 경제적인 안정감이 없어도 이것보다는 좀 더 풍요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치열하게 무언가에 시달리고 긴장하며 매일같이 위장에 통증을 느끼는 삶은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삶이 아니었다.

나는 이른 아침 찬 공기를 마시면서 인스턴트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던,

여유롭고 희망 가득하던 대학시절의 상쾌했던 아침들이 그리웠다.


길고 긴 출장길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나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던 '무엇을 하고 싶어?'라는 질문은 '어떻게 살고 싶어?'라는 질문으로 바꾸게 되었다. 


얼마 뒤 회사를 그만두었다.

막상 그만뒀지만 머릿속에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내가 조금이라도 해보고 싶다거나 이게 내 길일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는 건 다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제멋대로인 내 삶을 제멋대로 흘려보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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