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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공론에 관하여


자전거 위에서 아침 바람을 맞는 눈과 귀 사이 어딘가에, 펼쳐놓은 책과 눈 사이의 공간 어딘가의 허공에 성능 나쁜 계산기를 하나 띄워놓고서 숫자의 이상향에 현혹되어간다.

그렇게 수많은 탁상공론이 만들어진다. 네모난 플라스틱 조각들을 누르는 열 손가락 끝에서, 막대를 잡고 누르는 엄지와 검지의 사이에서 나는

오늘의 할 일을 완수하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건강해지고, 많은 돈을 벌게 될 것만 같다.


그리고 다시 모든 일은 그대로인 채로 흘러간다.


오늘 나는 어김 있는 자전거 타기를 하면서 어김없는 머릿속 계산기 두드리기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 꿈, 희망 같은 것들은 사실 잘 보이지 않는 것이어서 어떻게 해서든 시각적으로 만드는 것은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머릿속 생각의 소용돌이를 붙잡아서 종이 위에 정리해놓기, 관련된 사진이나 영상 보기,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숫자로 규정짓기 같은 것들이다.


오늘 나는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수익창출 조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동영상이 몇 개이며 조회수가 어느 정도 되는가에 대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렇게만 하면 이걸 이룰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한 순간 '탁상공론'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과 실제 그 과정안에서 하루하루 인내한다는 것이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안다.

탁상공론으로 시작한 이 자전거 타기도 지난 2년 동안 '어김없이' 어김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탁상공론은 늘 필요하다.


수많은 탁상공론이 만들어진다. 이 중에는 아주 허황되어서 시작도 못할 일, 그럴싸해 보이는 일,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일 등이 있겠다. 

여기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아마 '이상적인 상태'와 '현재의 상태'의 간격이지 않을까.

1에서 출발해서 10으로 가는 데에는 9라는 거리를 가야 하지만, 1에서 출발해서 3으로 가는 데에는 2라는 거리만 움직이면 된다.

그렇다면 내가 1에서 10으로 가는 것이 너무 멀고 허황되게 느껴진다면 중간단계의 목표를 만들어주고 거기에 먼저 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탁상공론 중의 탁상공론은 '아주 허황돼서 시작도 못할 일'일텐데 이것도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일에 될 때까지 쪼개고 쪼개면 되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는 것조차도 가까운 목표가 될 수 있다.


이제 그다음의 문제는 1에서 10으로 가는 중간에 내 마음이 변하는 가에 있다.

내 취향에 맞지 않아서, 진행하다 보니 과정 자체나 결과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되어서 탁상공론은 결국 탁상공론으로 끝날 수 있다. 

수많은 탁상공론들은 하나의 초안들이고 어떤 것들은 이루어지고 어떤 것들은 폐기될 운명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결국 수많은 탁상공론인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초안이 많을수록 선정되는 것들이 많아지고 끊임없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이 만들어질 테니까. 탁상공론을 수집하는 어떤 상자가 필요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탁상공론, 어디선가 얻은 영감 등을 정리한 생각들을 무수히 쌓아놓고 주기적으로 정리하면서 꺼내 쓰고 싶은 것들을 꺼내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 글은 '탁상공론 상자'에 들어갈 '탁상공론'에 관한 탁상공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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